김창룡 경찰청장 “패러다임 전환… 범죄 발생 전 적극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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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패러다임 전환… 범죄 발생 전 적극 개입”
  • 뉴경찰신문
  • 승인 2020.11.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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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창룡(사진·56) 경찰청장이 최근 공식·비공식 석상을 가리지 않고 유난히 강조하는 말이 있다.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이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차단하는 쪽으로 경찰활동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게 김 청장의 소신이다. 얼핏 경찰의 당연한 업무처럼 보이지만, 최근 광화문 광장 차벽봉쇄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은 꽤 논쟁적인 주제다. 발생하지 않은 사건을 이유로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얼마나 제한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00% 회복되는 피해는 없다”

김 청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을 경찰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미 범죄가 터진 후라면 경찰이 아무리 신속하게 범인을 잡는다 해도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100%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일상을 보호·보장하는 것이고, 그 일상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게 경찰의 임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 여러 국가의 치안 시스템도 범죄를 사전에 저지하고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지방정부에 범죄예방에 관한 법적인 책임을 부과하고 있고 경찰과 주민, 유관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축해 종합적인 개선책을 추진토록 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범죄가 임박하거나 행해질 가능성이 큰 경우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독일은 경찰법에 ‘위험 방지’를 위한 퇴거 및 출입금지 명령권과 경찰명령 불응자에 대한 구금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일선 경찰이 초동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시스템과 법령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게 김 청장의 인식이다. 그는 “예들 들면 스토킹 범죄로 두려움과 불안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매우 많다. 계속 문자를 보내고, 쫓아와서 겁이 난다는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경범죄 스티커를 끊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피해자들은 ‘내가 죽어야 경찰이 나설 겁니까’라고 항의를 하는데,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는 굉장히 제한돼 있다”며 아쉬워했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아동학대 범죄 역시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동학대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피해 아동 발견율’은 지난해 기준 3.81‰(천분율·전체를 1000으로 볼 때의 비율·세계적으로 아동 발견율은 천분율로 주로 씀)에 불과하다. 미국 9.2‰(2018년 기준), 호주 10.1‰(2018년 기준), 일본 5.95‰(2016년 기준)에 비해 낮다.

김 청장은 “범죄자들이 범행대상을 고를 때 저항력을 따지는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떨어지는 유아나 어린이, 노인, 여성 등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그래서 예방활동의 초점을 이들 사회적 약자 보호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선제적·예방적 활동 강화의 일환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감지하기 위한 ‘지역안전 순찰’을 전국 30개 경찰서와 216개 지역 관서에서 시범운영 중이고, 주민이 불안해하는 장소를 살피는 ‘탄력순찰’도 강화하고 있다. 김 청장은 “가정폭력, 스토킹, 아동학대 등에 경찰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법적 근거와 권한을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범죄예방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과 스토킹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가정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찰개혁 완수로 신뢰 쌓아야”

김 청장은 그동안 경찰의 활동범위가 사후적 개입으로 제한됐던 이유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부족에서 찾았다. 김 청장은 “우리 사회는 무슨 일이 터지기 전에 국가가 사전 개입한다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동안 경찰의 법 집행에 공정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경우가 있었고, 아쉽게도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그렇게 높지 않은 이유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개혁의 완수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했다. 내년부터 도입될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체제 안착이 당면한 과제다. 김 청장은 “국수본은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데,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는 만큼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도 비례의 원칙에 따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경찰법 개정안은 ‘정당의 당원이거나 당적을 이탈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국수본부장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 국수본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김 청장은 “국수본부장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청장이 인사와 예산, 감찰 등을 통해 지휘·감독할 수 있고,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탄핵할 수 있도록 견제장치도 마련해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경찰개혁의 다른 한 축은 자치경찰제 도입이다.

김 청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상당수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도입의 당위성에 대한 부분에는 어느 정도 뜻이 모였다”고 했다. 다만 도입방식이 논란이다. 애초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 경찰업무를 수행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이원화 모델’로 추진됐지만, 최근 별도의 조직 신설 없이 기존 경찰이 자치경찰 임무를 수행하는 ‘일원화 모델’로 방향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이원화 모델로 갈 수 있었겠지만, 국가 재원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지원 등에 먼저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일원화 모델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 본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잡무를 떠안게 될 것이란 일선 경찰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는 지금의 경찰 사무 범위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고, 조례를 통해 업무분장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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