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전자담배 전쟁] 액상형 담배 잇단 상륙에 포연 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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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전자담배 전쟁] 액상형 담배 잇단 상륙에 포연 자욱
  • 뉴경찰신문
  • 승인 2019.10.0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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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시장 판도 변화 여부 주목… 과세 형평성, 유해성, 흡연율 증가도 논란거리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장악한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 니코틴이 들어 있는 용액을 기화시키는 방식의 액상형 제품이 잇따라 도전장을 냈다. 과거 반짝 유행했던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해 사용·편의성을 대거 높여 시장 판도 변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쥴의 등장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품별 과세 형평성과 유해성 여부 논란, 흡연율 증가 우려 등도 관전 포인트 떠올랐다. 

2015년 1월, 직장인 이수광(42)씨는 당시 금연을 다짐하며 10여 만원을 들여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막대처럼 기다란 배터리에 기화기(카토마이저·액상에 열을 가해 수증기로 기화시키는 장치)가 달린, 당시 유행하던 액상(니코틴이 들어간 용액)형 전자담배였다.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담뱃값을 2500원(일반담배)에서 4500원으로 대폭 올린 직후였다. 이씨는 니코틴 원액과 향료를 사서 액상을 집에서 제조하는 이른바 ‘김장’도 했다. 이씨는 “오른 담뱃값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전자담배를 이용했다”고 회상했다. 금방 금연에 성공할 것 같았지만, 이씨는 한 달 여 만에 전자담배를 내려놓고 다시 담배를 태웠다. 지금은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을 사용하고 있다.

2015년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전후로 액상형 전자담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반담배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담배 특유의 역한 냄새가 없고, 수박·망고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20~3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인천공항 세관에 따르면 2013년 798건에 그쳤던 전자담배 기기 수입 물량은 이듬해 1만2967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인기가 오래 가진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액상을 보충해야 했고, 액상이 줄줄 새 주머니가 젖는 등 편의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었다. 중국산 저가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가 충전 중 폭발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뒤이어 기화기의 핵심 부품으로 용액을 가열하는 ‘코일’이 인체에 유해한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웠던 열기는 급격히 식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귀환

2015년 국내 담배시장에 벼락처럼 등장했다 벼락처럼 사라졌던 액상형 전자담배가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크기는 USB로 착각할 만큼 확 줄었고, 편의성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 때문에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장악한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전자담배업체인 쥴랩스는 5월 24일 ‘미국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을 국내에 내놨다. 이승재 쥴랩스코리아 대표는 22일 서울 성수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3년 전에 시판했고, 거점 국가인 영국 등을 비롯한 유럽에 진출해 있다”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첫 진출 국가”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일본의 전자담배업체인 크로스파트너스가 쥴과 비슷한 형태의 액상형 전자담배인 ‘비엔토(VIENTO)’를 출시했다. 일본의 또 다른 전자담배업체인 죠즈재팬리미티드도 이르면 6월께 국내에 액상형 전자담배를 내놓을 예정이다. 죠즈는 4월 중국 심천에서 열린 전자담배 전시회에서 일회용 등 액상형 전자담배 3종을 공개했다. 이에 맞서 KT&G도 5월 27일 액상형 전자담배인 ‘릴 베이퍼(lil vapor)’를 출시한다. 릴 페이퍼는 16g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쥴과 유사한 USB 형태다. 기기 상단에 ‘스마트 슬라이드’를 장착해 내리면 바로 흡연이 가능하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인 하카코리아도 최근 하카시그니처를 출시하며 시장 사수에 나섰다.

진보한 액상형 전자담배의 특징은 액상을 보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이다. 액상이 들어 있는 1회용 카트리지인 팟(POD)을 끼워 사용하고, 다 사용한 후에는 팟을 통째로 교체하는 폐쇄형(CSV) 방식이다. 팟은 밀폐돼 있어 액상이 샐 염려가 없다. 쥴을 비롯해 비엔토나 하카시그니처, 릴 베이퍼 등이 모두 CSV 방식이다. CSV 전자담배는 사용 편의성 덕에 미국·일본 등지에서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 쥴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에 따르면 쥴의 미국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75%에 이른다. 미국의 젊은 전자담배 사용자 사이에서는 ‘쥴을 피운다’는 의미의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 덕에 쥴랩스는 지난해에만 20억 달러(약 2조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상장사인 쥴랩스의 기업 가치는 380억 달러(약 44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상장사인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기업 가치 400억 달러와 맞먹고, 현대차의 시가총액(약 30조원)을 뛰어넘는다.

쥴 제조사 기업 가치 테슬라에 맞먹어

비엔토는 일본 전자담배 판매 1위다. 국내 흡연자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과거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였던 장희성(38·서울)씨는 “휴대성과 편의성이 기존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보다도 더 뛰어난 것 같다”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금연 보조제로 사용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용 담배와 기기를 함께 들고 다녀야 하지만, 쥴 등 CSV 전자담배는 기기 자체가 작은 데다 팟을 결합한 채로 휴대할 수 있다. 일반 담배의 역한 냄새나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 맛도 없다. CSV 전자담배도 궐련형 전자담배처럼 기기와 팟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쥴의 국내 판매 가격은 기기는 3만9000원, 팟은 1개당 4500원이다. 비엔토도 비슷한 수준이다. 팟 1개는 제조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약 200회 흡입이 가능하다. 일반 담배 1개비가 10~12회 흡입할 수 있다.

전자담배 판매점을 운영하는 장씨는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사이에서는 CSV 전자담배가 액상이 떨어졌거나 기기가 고장 났을 때 쓸 서브 기기로 인기가 많다”며 “휴대가 편하고 흡연이 간편해 서브 기기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팟은 니코틴 함유량 1% 미만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고, 미국·일본 등지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CSV의 전망이 엇갈린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대세인 미국·일본과는 달리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금연 정책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편이지만, 이미 한 차례 파동을 겪은 터라 쉽사리 영역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쥴은 미국에서는 니코틴 함유량이 3~5%로 높은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1% 미만(0.7㎖)만 판매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니코틴 함유량은 연기(증기)를 들여마실 때의 타격감(목 넘김)을 좌우하는데, 니코틴 함유량이 낮으면 타격감이 확 떨어진다”며 “니코틴 함유량이 낮아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아담 보웬 쥴랩스 창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니코틴 함유량이 낮지만 한국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9200만 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 증가했다. 전체 담배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1.8%로 10%를 돌파했다.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은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이 2022년에는 전체 담배시장의 33.2%를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쥴이 국내에 상륙했지만 주요 브랜드의 고객 이탈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호기심 등으로 초반에 강세를 보일 수 있으나 빅3의 시장점유율에 일어나는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럼에도 궐련형 전자담배 ‘빅3’인 KT&G(릴)와 필립모리스코리아(아이코스), BAT코리아(글로)는 최근 판촉을 강화하는 동시에 쥴의 등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T&G처럼 언제든 CSV 전자담배를 출시할 준비도 하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영국에서 쥴과 유사한 CSV 전자담배 ‘아이코스 메쉬(IQOS mesh)’를 판매 중이고, BAT도 2013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바이프(Vype)’를 출시해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쥴·비엔토 등이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파고들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 맞불을 놓을 수 있다.

또 다른 유해성 논란 촉발 가능성

액상형 전자담배의 귀환은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액상은 글리세린(VG)과 프로필렌글리콜(PG), 니코틴, 향료 등으로 만들어진다. 향료는 액상에 맛과 향을 위해 첨가하는데 수박 등 과일향부터 담배향까지 수백 종에 이른다. 여기서 니코틴을 제외하고는 모두 식품 첨가제에 사용되는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담배 규제가 가장 나라로 꼽히는 영국에서는 금연 보조제로 액상용 전자담배를 지지하기도 한다. 쥴랩스 측도 “쥴은 일반 담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해 2월 조셉 알렌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하는 향료가 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향료에 쓰이는 다이아세틸과 아세틸프로피오닐이 사람의 기도에 있는 섬모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청소년 흡연율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쥴은 미국에서 청소년 흡연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가 지난해 11월 20일 발표한 전자담배 청소년 사용실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 고등학생 전자담배 사용자가 78% 증가했다. 쥴과 같은 사용이 편리한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는 게 질병예방관리센터의 분석이다.

이를 토대로 미국 보건당국은 쥴에 대한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축소하고 과일·오이향과 같은 팟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에 대해 쥴랩스 측은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해 담배 업계에 전례 없던 방식 도입을 준비 중”이라며 “소비자가 직접 흡연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시장을 면밀히 살펴 액상형 전자담배의 등장이 청소년 흡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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