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끝없는 변신 ‘새활용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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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끝없는 변신 ‘새활용 시대’
  • 뉴경찰신문
  • 승인 2020.05.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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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다시 생각하기

“선거 후 폐현수막, 새활용 기업과 연계하여 재활용 활성화.”

새활용은 환경부가 4월 초 지자체에 보낸 ‘선거용 인쇄물 분리배출 및 폐현수막 재활용 지침’에도 등장한다. 이번 총선부터 정당 또는 후보자가 현수막을 철거한 뒤 수거를 요청하면, 지자체는 이를 생활자원회수센터에 보내 지역 재활용업체나 사회적기업 등에 무료로 제공하도록 했다. 수명을 다한 현수막을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그간 일부 지자체·사회적기업에선 폐현수막으로 앞치마·줄넘기·장바구니·마대 등을 만들었다. 올해 총선에선 현수막 3만여 장이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바로 ‘쓰레기’ 신세가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생긴 현수막 폐기물 9220톤 가운데 3분의 1만 재활용됐다.

“환경을 생각해서 만든 에코백이 넘쳐나 이제는 에코백이 에코백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녹색연합)는 지적처럼 현수막 규격·수량을 제한하는 등 쓰레기 자체를 줄이려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다만 현시점에서 새활용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새활용이란 버려지는 자원을 더 나은 활용가치를 지닌 쓸모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자원순환의 한 방식이다. 유리병을 부수고 녹여 또다시 유리병을 만드는 것이 재활용이라면, 유리병을 눌러 접시나 벽시계를 만드는 게 새활용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자원이 순환되는 사회를 구축하려면 자원이 가치 있게 쓰여야 한다. 자원순환의 목적과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새활용”이라고 말했다.

트럭 방수포로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로 알려진 미국의 파타고니아 등이 대표적인 새활용 기업이다. 아디다스가 2024년부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료만 사용하기로 하는 등 의류업계에서는 ‘지속가능한 패션’ 논의가 활발하다.

국내에선 폐자동차에서 나온 가죽시트로 가방을 만드는 ‘모어댄’, 코오롱FnC의 ‘래코드’가 규모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 2017년 9월 문을 연 새활용 복합문화공간인 ‘새활용플라자’에는 현수막·커피자루·우유팩·목재 등 폐기물을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4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공장에서 버려지는 LED칩을 이용해 양초로 작동하는 램프를 만드는 곳도 있듯 새활용의 범위는 넓다. 하지만 ‘언박싱(unboxing·제품 개봉)’의 희열을 좇는 사회에서 새활용이 설 자리는 좁다.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자꾸 바꾸라고, 새로 사라고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가 오래, 잘 쓰는 문화로 변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고쳐 쓰는 게 의미 있고, 우리는 이런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선택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해 전부터 새활용은 하나의 트렌드로 언급됐다. 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녹아들려면 갈 길이 멀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초기 수준이다. 새활용 산업을 지원할 법·제도적 근거부터 느슨하다. 새활용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 새활용에 뛰어든 기업들이 소재나 판로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서울새활용플라자가 각종 소재를 구할 수 있는 ‘소재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체계를 잡아가는 단계다. 소량을 수공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높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 지하철 광고판이 카드지갑으로 재탄생하는 과정. 서울새활용플라자 입주기업 큐클리프의 도움을 받아 촬영했다.
▲ 지하철 광고판이 카드지갑으로 재탄생하는 과정. 서울새활용플라자 입주기업 큐클리프의 도움을 받아 촬영했다.

새활용, 이제 시작

현장에선 기존 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새활용기업 대부분은 소수의 디자이너가 꾸리고 있다. 이들과 숙련된 봉제노동자들과 새활용 디자이너가 만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큐클리프의 이윤호 대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대기업·대학과 연계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소재 수급 면에서도 폐기물업체·공공기관 등과 연계가 잘 이뤄진다면 생산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문을 연 큐클리프는 폐우산을 비롯해 지하철 광고판, 현수막 등으로 가방·지갑·파우치 등을 만든다. 이 대표는 “친환경이라고 어필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새활용 제품이니까 통하는 게 아닌, 기존 시장에서 디자인·활용 경쟁력을 갖춰 자연스럽게 팔릴 수 있어야 진정으로 새활용이 활성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큐클리프가 판매하는 새활용 제품들
큐클리프가 판매하는 새활용 제품들

올해 서울·경기·전남·충북·제주 등 전국 9곳의 새활용센터가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방문체험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새활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DIY 키트를 사고, 새활용 클래스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올 하반기에 열 예정이다.

새활용플라자 관계자는 “물건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게 핵심이다. 쓰레기를 소비하는 것에서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 삶을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누구나 집안에서 버려지는 것을 이용해 무언가 만들 수 있는 활동이 많아져야 한다”면서 “그렇게 저변을 넓혀가는 속에서 새활용 산업의 기초체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각 지자체의 새활용센터가 설립 초기인 만큼 활동이 불명확하다. 주민과 밀착할 수 있도록 활동을 체계화한 매뉴얼도 만드는 등 바닥부터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화 이후 인류 최대의 골칫덩이는 아마도 각종 쓰레기일 것이다. 상품 대량생산 시대가 시작된 20세기 이후 지구는 선진국들의 번영과 함께 스모그, 산업폐기물, 이에 따른 각종 환경공해로 몸살을 앓았다. 환경보존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자동차 매연과 산업폐기물의 재순환·재활용 정도는 놀랄 정도로 향상됐지만 여전히 21세기까지 남은 문제는 각 가정과 주민들에 의해 ‘대량생산’되는 생활쓰레기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생활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80년대부터 선진국과 신흥 공업국들은 본격적인 쓰레기 리사이클링 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쓰레기를 분류해 수거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제도 말이다. 어느 국가보다 우리나라는 엄격한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쓰레기 대란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생활쓰레기를 수거하지만 이를 폐기할 곳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이제 우리 땅에 다 매립되지 않는다.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아프리카 국가들로 이전된다. 산업화와 첨단 생활화가 잘 진행된 선진국들은 쓰레기도 후진국으로 수출한다. 하지만 쓰레기 수입국들도 더 이상 쓸모없는 선진국의 생활쓰레기를 받아주지 않게 됐다.

정부가 주도해온 리사이클링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폐기물을 수거해 단순 재활용에 그치는 리사이클링으로는 더 이상 생활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자각이 곳곳에서 일어나서다. 새로운 대안은 바로 ‘새활용’, 업사이클링(up-cycling). 버려진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과 가치를 더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으로 생산해내는 방식이다.

리사이클링이 재활용의 무한반복과도 같다면 업사이클링은 부가가치를 덧붙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작업이다. 새로운 이윤을 발생시키고 기업들이 돈을 벌이들일 기회,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니 업사이클링의 주체는 ‘관료주의적’인 정부나 지자체, 공기업이 아닌 ‘창조적’인 기업과 개인이다. 폐기물 수거부터 변형, 디자인, 활용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개인이 책임진다.

지난해 개관한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는 국내 최대 업사이클링 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29팀이 입주해 브랜드 운영과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모어댄은 폐차의 시트가죽을 수거해 백팩과 숄더백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랩몬스터가 모어댄의 가방을 멘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젠니클로젯은 기부받은 청바지로 여성용 핸드백을 만드는 브랜드다. 이처럼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유명 브랜드나 대기업들의 노력은 흔치 않다.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소비자들에겐 생소하고, 일단 관심을 끈다 해도 꾸준히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커피찌꺼기에서 추출해 낸 커피오일로 보디워시, 젤리마스크, 보디스크럽 등의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한 이니스프리는 예외적이다.

이니스프리는 대표적 화장품 기업인 태평양의 20대 여성용 브랜드다. 이니스프리는 ‘커피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서 이 제품을 착안했다고 한다. 커피 한 잔 내리는 데 원두의 0.2%만 사용되고 나머지 99.8%가 버려지는 현실에서 커피찌꺼기는 충분히 화장품의 원료가 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전도가 유망하지만 아직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의 어려움은 작지 않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다보니 품질 관리나 애프터서비스, 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품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사정도 작용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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