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청년 알바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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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청년 알바 지옥
  • 뉴경찰신문
  • 승인 2020.05.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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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매출 저하에 ‘알바생 자르기’
●공채도, 생활비도 없어 취준생 이중고
●“일 구하기 힘들어…대출도 알아봤다”
●“아르바이트생 현금지원 대책 고려해야”

“20만 원으로는 한 달을 못 버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하모(25) 씨가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하씨는 화장품 회사와 와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월수입은 85만 원. 하씨는 2년 전부터 한 달에 4회 화장품 판촉물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와인바 서빙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2월 말부터 화장품 회사 판촉물 제작은 끊겼다. 와인바 근로 시간은 하루 6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 가게 사정에 따라 일하는 도중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월 85만 원으로 생활하던 하씨는 20만 원으로 4월 한 달을 버티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공채도 죄다 밀린 마당에 알바 자리도 없어져 허탈하다”고 했다. 코로나19발 경제 한파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청년들의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코로나19로 알바 자리를 잃어 서울시로부터 ‘신속 청년수당’을 받은 892명 중 37%(330명)는 카페·영화관 등 판매직, 25.9%(231명)는 단순사무·서비스직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줄자 서비스업 고용주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이들을 해고한 것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3월 23~27일 33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을 해고한 업주는 9.5%, 근로시간을 단축한 업주는 6.1%로 나타났다. 

“알바 잘리고 생활비 대출도 알아봤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어든 데다 채용 일정마저 연기·취소됐기 때문이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4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428개 중 올해 상반기 채용을 수시채용으로만 진행하겠다는 기업이 78.7%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수시채용만 진행하겠다고 답한 69.0%보다 9.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잡코리아가 3월 25일 발표한 기업 인사담당자 48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 74.6%가 예정된 채용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카페에서 1년 동안 일한 이모(25) 씨도 지난 2월 29일 카페 관리 업무를 그만둬야 했다. 영업이 어려워지자 사장이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이씨가 일하던 시간에도 자신이 일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며 필요한 생활비를 번 이씨는 1주일에 36시간 일하고 월 15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졸업하고 용돈 받기도 민망한 상황”이라며 “그전에 모아둔 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상경할 예정이라는 이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서민금융진흥원에서 19~29세 청년에게 제공하는 대출 상품을 알아보기도 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취준생들은 지자체가 제공하는 취업지원 수당으로 몰렸다. 졸업한 지 2년 넘은 미취업 청년에게 지급하는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자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크게 늘었다. 2019년 상반기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자는 1만3944명이었으나 2020년 상반기 신청자는 2만6779명에 달한다. 신청일 수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7일이 준 것을 감안하면 월평균 신청자가 3.6배 증가했다.

▲ 알바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역삼동 알바천국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바 중개 사이트가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자의 구인공고를 게재하면서 수백억 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 알바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역삼동 알바천국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바 중개 사이트가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자의 구인공고를 게재하면서 수백억 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용돈 벌어야 하는 대학생도 설움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부산의 한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6개월 동안 일한 대학생 조모(26) 씨도 4월 11일 일자리를 잃었다. 점장이 백화점 영업시간 단축, 매출 저하를 이유로 재계약이 힘들다고 통보해 왔다. 조씨는 일주일에 두 번 9시간씩 일해 월 70만~80만 원을 벌었다. 최다 15~16명이 일하던 매장 인원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월 말부터 6~7명으로 줄었다. 조씨는 “나를 포함해 직원 3명이 재계약을 못했다”며 “정직원에게는 휴가를 당겨 사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피자집에서 일하는 대학생 문모(24) 씨는 학교를 다니며 한 달 생활비 40만 원을 직접 벌었다. 피자집 영업이 어려워지자 사장은 문씨에게 2주간 쉴 것을 요구했다. 문씨는 “매주 화요일에 사장님이 이번 주에 근무할 수 있는지 연락을 준다”고 말했다. 결국 문씨는 3월 중 일주일만 기존 스케줄대로 일했다. 문씨는 “용돈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월급이 줄어들면 생활에 바로 지장이 온다”고 밝혔다.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늦어지며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대학생 권모(25)씨는 3월부터 부산 사상구의 한 복지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뒀지만 개학이 미뤄져 권씨는 복지관으로부터 강의 연기를 통보받았다. 언제 일을 시작할지 몰라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힘들다. 권씨는 “온라인 개학이 계속되면 월세와 생활비를 부담하려고 주말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한다”고 했다.

알바 자리 줄고 경쟁률 오르고

청년들은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렵다. 3월 29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전국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1월 중순 대비 27.8% 감소했다. 아르바이트를 얻으려는 경쟁은 치열해졌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4월 13일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를 ‘알바몬’에 올렸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구인공고를 올리면 10명 정도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지원자가 두 배 넘게 늘었다”고 전했다. 취준생 이씨는 “새로 일자리를 구해 보려고 알바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현재 자리가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며 “생활비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고초를 전하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산업 동향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서비스업 관련 지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고용주 처지에서는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특히 비정형 근로자로 일하는 청년·노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현금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아르바이트 고용에 대한 지원 대책을 고려해야 할 때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서 근로자의 상담을 받는 신예지 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아르바이트 관련 문의 역시 늘어났다. 아르바이트라 하더라도 5인 이상 사업장이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강제로 해고하거나 시간을 줄이면 증거를 남겨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대전 서구청에서 한 대학생이 일자리지원센터 구인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 대전 서구청에서 한 대학생이 일자리지원센터 구인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알바천국? 청소년에겐 지옥인 알바세계

요즘 주변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용돈을 보충하거나 또는 생계유지 차원에서 노동시장에 참여한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의 21%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신문배달이나 광고전단을 돌리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패스트푸드점, 음식점, 주유소, 편의점, 전자오락실, PC방의 순서로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다고 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용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사회 전반에 ‘일시적으로 용돈을 버는 미성년자’로 인식돼 임금, 작업환경, 복지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주말이나 휴일, 심지어 야간에도 장시간 일하지만 대부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이마저도 체불하는 악덕업주로 인해 정당한 임금을 떼이기 일쑤다.

인권문제 또한 심각하다. 근로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폭언, 폭행, 성추행 등의 사례는 향후 그들에게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심어줘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부는 얼마전 18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노동 금지, 알바 계약서 안 쓰고 고용 시 적발 즉시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 추진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무엇보다 가장 일차적인 대책은 청소년의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일이다. 사업주 교육 등을 통해 최소한의 갑을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기준법 등 관련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도록 감독기관의 기능을 강화하고, 행정당국이 청소년 피해사례와 문제점을 적극 수용해 해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우리 사회의 미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성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소수의 엘리트 뿐만 아니라 각자의 일터에서 땀 흘리는 청소년들의 노력도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일하는 청소년들의 노동권과 인권보호야말로 청소년 복지를 위한 소중한 첫걸음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기본적인 작업임을 명심하자.

최수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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