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X아, 주인님으로 불러”…피해자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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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X아, 주인님으로 불러”…피해자들의 절규
  • 뉴경찰신문
  • 승인 2020.04.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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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 성행위 강요, 동영상 찍어”

20대 A씨의 삶은 악몽의 연속이다. 중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여전히 ‘그놈’에게 시달리고 있다. 랜덤영상통화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성과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중 선물(기프티콘)을 보내준다는 말에 쇄골을 찍어 보낸 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사진을 전송한 후 그놈의 태도가 돌변했다.

“사진을 저장했으니 말을 듣지 않으면 유포하겠다. 다른 사진을 더 보내라.”

남성의 요구는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7년간 되풀이된 악몽

경찰이 파악한 ‘n번방’ ‘박사방’ 피해자는 103명(4월 3일 기준)이지만 지금도 다수의 피해자가 ‘성노리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n번방이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성(女性)착취는 현재진행형이다.

A씨는 ‘그놈’의 추가 사진 요구를 거절하며 메신저, SNS 계정을 탈퇴했다.

며칠 후 A씨 친구 계정으로 “◯◯◯에게 연락하라고 전해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전달됐다. A씨는 친구에게 “합성인 것 같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놈’과 대화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탈퇴 계정을 복구하자 연락이 왔다.

“네 어머니 프로필이 이건데 맞느냐.”

이후 A씨는 남성의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집 앞에 걸어놓은 USB

30대 초반 여성 B씨는 “남자를 잘못 만났어요”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B씨는 남몰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다니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처음 대화를 나누고는 가까워져 7개월간 교제한 ‘그놈’은 B씨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행동이 돌변했다. B씨 집 근처에 숨어 있다가 불쑥 앞길을 막는다거나 B씨의 인터넷 계정을 해킹하려고 했다. 그녀가 마음을 돌리지 않자 남성은 B씨의 집 문에 USB를 걸어두고 갔다.

USB에 담긴 파일은 모두 교제할 때 촬영된 동영상들 있다. 둘 간의 성관계 장면 뿐 아니라 심지어 B씨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남성에게 성폭행 당하는 모습도 촬영돼 있었다.

성폭행 당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B씨는 두려움에 떨었다.

남성이 불법적으로 B씨에게 약물을 투여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B씨는 이후 불특정 다수 남성의 성노리개가 됐다. 그놈의 지시에 따라 다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노예X아, 주인님으로 불러”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C양은 현재도 ‘그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페이스북에서 어떤 남성이 “애기 안녕”이라고 말을 걸었고 호기심에 대화가 이어졌다. 남성의 친절한 모습에 C씨는 마음을 열었고 성적인 대화가 오갔다. 대화 내용을 저장한 남성은 C씨에게 자위하는 모습을 촬영해 보내달라고 협박했다. ‘그놈’은 ‘너도 같이 즐긴 거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면서 “페이스북 친구·지인에게 대화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처음에는 1분 분량 영상을 요구하더니 나중에는 “3분 넘는 영상을 보내면 없던 일로 해 주겠다”고 회유했다. 이 남성은 이후 “노예X아, 주인님으로 안 부르냐”며 비정상적 요구를 해왔다.

피해자들은 상대방의 정확한 신원을 알지 못했다. “군인이었던 거 같아요” “나이는 17살인 거 같아요” 식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놈들’이 지인들에게 영상을 공개할까봐 불법적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다크웹’ ‘딥웹’으로 불리는 지하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다크웹은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IP 추적이 매우 어렵다.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해 아동포르노, 마약, 자살, 살인청부 등의 불법 정보가 유통된다. SNS에서 얻은 불법 동영상을 다크웹에 숨어 공유하거나 판매하며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 다크웹은 네이버 구글 같은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해 아동포르노, 마약, 자살, 살인청부 등의 불법 정보가 유통되곤 한다.

“박사방 회원들 보고 있나. 절대 자수하지 마라.” 

다크웹(Dark web)에서 한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 코챈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익명의 누군가가 쓴 이 글은 “최초 26만 명으로 알려진 ‘n번방’ 가담자 수가 경찰 조사에서 1만5000명으로 줄었다”며 “경찰이 ‘뻥카’만 여러 번 친 상태라 박사방 유료회원 1만5000명도 확실하지 않다”고 수사의 허점을 지적했다.

다크웹은 접속을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기에 사이버 범죄에 주로 이용된다. 다크웹이라는 용어는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온라인 마약 거래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해 폐쇄하면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취재 결과 ‘n번방’ ‘박사방’ 가담자·참가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다크웹’에서 여전히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크웹은 네이버 구글 같은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해 아동포르노, 마약, 자살, 살인청부 등의 불법 정보가 유통되곤 한다. 지금도 범죄자들이 SNS에서 얻은 불법 동영상을 다크웹에 숨어 공유하거나 암호화폐를 받고 판매하며 2차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일부는 경찰 수사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범죄를 조장하기까지 한다.

 
경험담 설명하며 “아직 자수 단계 아냐”

다크웹 사이트 코챈에 올라온 글 중 하나는 “너희가 맨 끝 단계 고액방까지 안 갔으면 (경찰이) 실제로 몇 명이 유료회원인지 모를 거 아니냐”면서 “조주빈이 해외 전문업체까지 이용해 가상화폐를 믹싱한 정황도 드러났고 체포당하기 직전 작성한 글을 보면 모네(암호화폐)를 송금 받던 (암호화폐) 지갑은 파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경찰 수사 상황을 설명하면서 익명성이 보장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다. 

이 게시물 작성자는 특히 “아직까지 자수할 단계가 아니다. 이번 주 안에 300명 이상 잡히지 않는 이상 절대 자수하지 마라”면서 “선거까지 2주 만 참고 있으면 자수한 3명이 죄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 작성 시기는 3월 31일 오후 8시다.

4월 2일 기준 경찰 발표에 따르면 자수자는 4명이며 140여 명을 검거했다. 20대가 78명, 30대가 30명, 10대가 25명이다.

또 다른 이는 댓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파생방 입장자였다. ◯◯◯ 몸캠 샘플이 유출되고 일주일 뒤였는데 파생방 운영자가 말하길 조주빈이 박사방에서 ◯◯◯ 원본 유출시키는 조건으로 (포털) 실검 10위 미션을 줬는데 회원들이 4시간 동안 F5, VPN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20위를 못 뚫었다고 했다. 지잡대들도 수강신청 날에 실검 5위 장난으로 찍는데 전성기 박사방이 20위도 못 뚫었다는 건 박사방 유료회원이 1000명도 안 된다는 증거다” 

또 다른 이는 “(언론에서 말하는 수의) 유료회원이 있었으면 조주빈은 텔레그램방을 접고 라스베이거스로 갔을 것”이라고 했다.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더욱 확산되는 ‘n번방’ 피해자

같은 날 올라온 또 다른 글은 자신만의 가상화폐 사용법을 언급하며 범죄를 조장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조주빈의 실수라면 환전해버린 거지. 나도 더러운 짓으로 모네(암호화폐) 5000개 정도 벌었는데 그 짓 끝낸 지 3년 된 지금도 환전 안 한다. 지갑 시드만 암호화해 CD 5장, USB 5개에 넣고 본가와 자취방 등에 보관만 하고 있다. 정 돈이 급하거나 집 살 때나 환전하지, 절대 환전은 안 할 것이다. 설사 (경찰에) 걸려서 빵(감옥) 3년 갔다 와도 내 지갑은 그대로 남아있을 테니까. 조주빈 같이 범죄 저지를 거면 그냥 절대 환전하지 말고 내일 잡혀가도 몇 년 이후에 지갑 찾을 수 있게 준비나 해놓고 있어라.” 

이 글에 이어

“나도 모네로 지갑 암호화해서 SD카드 여러 개에 넣어서 숨겨놓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박사방’ ‘n번방’ ‘유사 n번방’에 속했거나 경험한 이들이 힘을 모아 서로를 격려하는 모양새다. 피해자들의 사진·영상은 지금도 유포·거래되고 있다. 다크웹에서 ‘박사방 자료 거래’를 포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정 인물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해당 영상을 원할 시 가상화폐로 거래한다’는 취지의 글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거래방법으로 텔레그램, 위챗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크웹 전용 메신저 ‘리코챗’을 제시하기도 했다. 불법 영상물은 다크웹 메신저로 거래하고 대가는 가상화폐로 받는 방식이다. 검찰이 보유한 ‘불법촬영물 탐지 시스템’을 이용해 인터넷 등에 퍼진 피해 영상을 추적해 삭제하는 작업이 시작됐으나 다크웹은 사각지대에 있다. ‘n번방’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와 정부의 수사 의지는 이곳에서 스쳐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로 느껴질 뿐이었다.

경찰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으나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수사와 검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갑용 경찰청장은 “더는 해외 서버 등을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인터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영국 국가범죄수사청(NSA) 등 외국 수사기관은 물론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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