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교착에 원점 재출발…文, '국제 평화지대'로 비핵화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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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교착에 원점 재출발…文, '국제 평화지대'로 비핵화 촉진
  • 뉴경찰신문
  • 승인 2019.10.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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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기조연설
DMZ 국제평화지대, 판문점 선언 확대 버전…남북→유엔 범위 넓혀
지뢰 공동제거 명분으로 유엔 개입 명분…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직결 대북제재 완화 구상 막히자 선회…
'남북합의 이행' 北 주장과도 부합
남북은 판문점 선언, 북미는 센토사 합의 정신으로…비핵화 원점 접근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 구상은 기존 남북 간 합의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구상을 늘려나가기 보다는 당장 이행할 수 있는 것부터 차분히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 교착상태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며 남북합의 이행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 북한에 화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서로 250, 남북으로 4에 달하는 비무장지대의 공간적 특수성과 6·25전쟁이 낳은 비극을 품고 있는 역사적 특수성을 설명했다.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든 역사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으로 국제 평화지대 조성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며 "나는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고,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 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실현 구상을 제시했다

DMZ 평화지대 구상은 지난해 4·27 판문점 제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합의한 사안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담은 판문점선언 21항에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며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조항에 서명했다

이후 남북은 실질적 조치로서 DMZ 11개 감시초소(GP)를 철수했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완전 비무장화 했다. 남북 간 공동유해발굴 작업에 나서 177구의 전 세계 참전군 유해를 발굴했다.  

올해부터 예정된 본격적인 유해 공동발굴에 대비해 공동유해 발굴지역 내 지뢰제거 작업에도 착수했지
만, 미비한 상황이다. DMZ 내 매설된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해 DMZ 국제평화지대 조성을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 공간인 DMZ를 남북 간의 전유물이 아닌 세계적 평화지대로 조성하자는 제안으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 낼 것"이라며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해 비핵화 조치에 나선 북한에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달라며 에둘러 대북제재 유엔결의안 완화를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복잡하게 얽힌 각국의 이해관계 벽을 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올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 지뢰제거를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상응조치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DMZ 공동지뢰 제거 작업은 일상적인 평화유지 활동의 일환이 될 수 있고, 유엔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는 또 남북합의 이행정신으로 돌아가라는 북한의 요구와도 일치한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0'자신들의 행태부터 돌이켜보아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남관계의 교착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자기를 돌이켜봐야 할 상대는 바로 남조선 당국"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과 손잡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고,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등 남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분야 합의를 위반했다는 것이 해당 매체의 주장이다. 북한의 체제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재개한 것이 남북관계 경색의 궁극적인 배경이라는 것이다

DMZ 지뢰제거를 통한 국제 평화지대화 조성 구상은 이러한 남북관계 분위기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공약과도 맥을 같이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한미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했다""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기준에서 출발하겠다는 것도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의미한다. '센토사 합의'에 명시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조항에 대한 합의 이행을 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종합하면 한미 정상 모두가 각각 '판문점 선언''센토사 선언'이라는 기본 정신에 입각해 북한과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려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조연설에서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며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풀이 가능하다.

 
이범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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