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공포, 혼자 사는 여성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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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공포, 혼자 사는 여성들의 현실이다
  • 뉴경찰신문
  • 승인 2019.11.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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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주인공 경민은 혼자 사는 비정규직 행원이다. 어느 날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여성 1인가구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보호할 뾰족한 정책이나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영화 <도어락>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은행 비정규직 사원인 경민(공효진 분)은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의 집 곳곳에는 남성 속옷과 구두가 있다. 혼자 사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턴가 이상한 점이 집 안팎에서 포착된다. 몇 번 마시지 않은 우유가 거의 비어 있거나 내려뒀던 화장실 변기뚜껑이 올라가 있다. 가장 의심스러운 상황은 반쯤 열려 있는 현관 도어락 커버다. 비밀번호를 바꿔보지만 두려움은 가시질 않는다. 비밀번호를 바꾼 날 밤, 누군가 현관문을 강제로 열려고 한다. 경민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경민을 예민한 사람으로 몰고 간다. 그러다 은행 영업시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경민 주변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도어락>의 줄거리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현실 공감 스릴러라고 부른다.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공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늦은 밤 인적이 없는 골목길을 뒤따라오는 남성으로부터 느꼈을 공포에서부터 누군가 내 집 안을 들여다보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공포까지 그 종류와 정도만 다를 뿐이다. 

“대학에서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할 때였다. 다세대주택인데 1.5층에 가까운 2층에 살았다. 욕실 창문은 바깥으로 나 있었는데 창문 너머에는 다른 건물은 없고 높은 담만 있었다. 어느 날 샤워를 하고 있는데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담 위에 어떤 남자가 올라가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 남자는 나에게 ‘조심 좀 해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그대로 친구 방으로 뛰쳐나가 울었다. 그 높은 담 위에 남자가 굳이 올라가 집 안을 들여다봤다는 게 지금도 이해되지 않고 무섭다.”(30세·방송인) 

“지난해 여름, 방학이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택배요’라고 했다. 잠옷차림이라 ‘두고 가세요’라고 말하고 잠깐 딴짓을 하다 현관문을 열었다. 대략 5분 정도 지났던 것 같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올라가는 계단 위에 어떤 남자가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문을 닫았다. 그 남자가 급히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심장이 심하게 뛰고 손이 떨린다. 나중에 보니 우리집으로 그날 배달 온 택배는 없었다. 지금도 사람 없는 계단이나 좁은 공간을 가지 못하고 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곧바로 부모님과 함께 고향집으로 내려갔다가 하숙집으로 옮겼다.”(25·대학생)

혼자 사는 여성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일반가구는 1975만2000가구로 이 중 1인가구는 전체의 29.1%인 573만9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혼자 사는 여성 284만여명

2018년 여성 1인가구 수는 전체 1인가구 수의 절반 수준인 284만3000가구(49.5%)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5년 175만3000명에 불과하던 혼자 사는 여성의 숫자는 2010년 221만8000명까지 늘어 2015년 261만명, 2016년 276만6000명까지 증가했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여성의 숫자는 매년 증가해 오는 2025년에는 혼자 사는 여성이 323만4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혼자 사는 여성은 매년 늘어나지만 이들이 느끼는 공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2년 단위로 발표하는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여성의 50.9%는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62.8%, 59.7%로 가장 많은 불안함을 느끼고, 2인 이상 가족 구성원과 함께 거주할 확률이 높은 13~19세 여성이 전체 연령 여성들 가운데 가장 불안함을 적게 느끼는 것(43.2%)으로 집계됐다.

결국 무방비상태에서 상대로부터 물리적 공격을 받았을 때 여성 혼자 막아낼 수 없다는 막연한 공포가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만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공포가 그러나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닌 실제 성범죄 가해자들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연구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박형민 범죄조사연구실장은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형사정책연구> 여름호에서 ‘성폭력 범죄자의 피해자 선택’이라는 주제 논문을 통해 “가해자가 피해여성을 선택하는 계기는 외모나 옷차림 등과 같은 피해자의 특성이 아닌, 피해여성이 혼자 있는 상황, 침입하기 용이한 상황, 피해자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황 등 범행 당시 상황에 따라 대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설령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피해자로 선택한 경우라도 유흥업소라는 밀폐된 공간이 범행을 저지르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해당 논문은 강간, 특수강간, 강도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20~50대 남성 22명을 상대로 1시간30분~2시간가량의 심층 면접조사를 거쳐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피해자를) 특정한 것보다는 (주변에) 사람들이 없고, (여자) 혼자 있어서 갑자기 혼자 있다보니 자제를 못하고 충동이 생겼습니다. (집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여름에 문이 열려 있었고, (피해여성이) 혼자 자고 있었습니다. 여자가 특별히 매력적인 것은 아니고 단순히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54세 무직·성폭력특별법 위반) 

“솔직히 외모는 자세히 못봤어요. 그냥 전체적인 모습은 보이지만. (피해자를)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고 인적이 드문 곳에 차로 주행하다가 (피해여성의) 경로를 예측해본 거죠. 마침 (범행 당일) 여기만큼은 사람이 없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그냥 단행한 거죠.”(37세 무직·강도강간)

“(뒤를 따라가보니 피해여성이) 열쇠로 현관문을 열더라구요. 혼자 산다는 느낌을 받아서 들어가기 전에 문에서 제압하고, 신고를 방지하기 위해 (강간을 했습니다). 방에서 보니까 (피해여성이) 나이도 젊고, 단둘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40세 무직·특수강도강간)

결국 ‘열려 있는 문’이나 ‘혼자 있는 상황’ 등 범행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범행의 주요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박 실장은 논문에서 “피해자의 거주지에 침입해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피해자의 특성보다는 건물의 특성이나 피해자의 상황과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여성 외에는 동거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범죄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이른바 ‘피해자의 야한 옷차림’, ‘성적 매력’ 등은 성범죄자들의 대상 선택 기준이 아니었으며, 이 같은 피해자의 개인적 특성은 성폭력범죄를 유발할 요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범죄자 ‘혼자’라는 상황에 충동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5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성폭력범죄자들은 여성이 처한 상황, 즉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대상인지에 더 많이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피해여성의 미적 조건이나 연령 등은 실제 성폭력범죄와 큰 연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환경적 요인이 범죄에 노출될 확률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막연하게’ 느껴왔던 공포가 실재하는 셈이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범죄학 박사)는 지난해 발표한 ‘1인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에서 “청년 여성 1인가구는 남성 1인가구에 비해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11.2266배 높다”고 분석했다.

▲여성안심주택 조감도 / 서울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범죄피해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발생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박현수 경찰청 수사국 경위는 최근 ‘범죄 두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공간분석’(형사정책연구)에서 다세대주택 비율이 높고, 30년 이상 노후 주거건물이 많은 지역일수록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범죄 두려움은 인구밀도가 낮고, 아파트 비율이 낮은 지역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역으로 아파트가 많은 지역일수록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낮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박 경위는 논문에서 “단독주택 비율이 높을수록 범죄의 두려움은 낮아진다”고 밝혔다. 단독주택은 관리책임이 불분명한 공동공간이 적어 인근 공간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범죄 발생의 신호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용이해 두려움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해당 조사는 2010~2012년 경기도 내 경찰서별 범죄발생 현황 수준에 따라 상·중·하로 분류해 각 1개의 경찰서를 선정한 뒤 2015년 5월 10~22일 해당지역 주민 2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혼자 사는 20·30대 여성들은 대부분 학업이나 직장문제로 독립된 가구를 꾸리는 반면, 50대 이상 여성들은 이혼 또는 사별로 혼자 사는 비율이 높다. 때문에 50대 이상 1인 여성가구에 비해 20·30대 여성은 주거 마련에 필요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같은 경제적 한계로 20~30대 여성들은 다세대주택이나 방을 불법으로 분할해 만든 원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곧 두려움을 유발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어플로 실행해 본 생활안전지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인근의 20~24시 성폭력 우범지대를 검색한 결과다.
▲어플로 실행해 본 생활안전지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인근의 20~24시 성폭력 우범지대를 검색한 결과다.

20~30대 여성 주거지, 두려움 유발 공간

“밤 11시쯤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당시 나는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내가 살던 곳은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피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씨’ 하며 다가왔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내게 ‘저기 모자 쓴 남자를 보라’고 말하더니 저 남자가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나를 따라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따라가는 줄 몰랐는데 내가 편의점을 들르니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해 말을 걸었다고 했다. 나를 따라왔다는 남자는 검은 모자를 쓰고 키가 180㎝가 넘어 보였다.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달라’고 했다. 나를 따라오던 남자는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과 내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사라졌다. 그때부터 집에 갈 때면 편의점에 들러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갔다.”(31세·회사원)

정부는 1인가구 여성 주거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에 대해 아직 뚜렷한 처벌 근거법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안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가칭)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10명이 지난 3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방치된 상태다. 

경찰도 침입을 한 구체적인 정황이 없는 한 여성이 갖는 의심만으로 사건을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집에 침입하려 한다거나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으면 일단 경찰이 출동을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경찰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출동한 경찰이 업무공유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주고 신고한 여성과 일종의 ‘핫라인’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특히 신고가 많이 접수되는 지역의 경우 경찰 내부 프로그램(지프로스)을 통해 거점지역을 선정, 자체적으로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예방활동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 순찰 강화 요청을 하기 전에 ‘이곳은 여성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니 순찰을 강화해 달라’고 한다면 이 역시 시민들의 요구이기 때문에 순찰차를 좀 더 배치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각종 주거지원 정책과 여성거주자 위주의 생활안전지원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대학생 희망 하우징부터 행복주택, 청년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서울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여성안심주택 등이 서울시가 내놓은 대표적인 방안이다. 여성안심주택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1인가구 여성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무인택배함, 복도방범창, CCTV, 창문열림감지벨 등 안전시설을 필수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송파구 잠실동에 건립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부산, 대구, 인천, 부천 등 전국에 확대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운영하는 ‘생활안전지도’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어플로 이용이 가능하다.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 ‘20~24시 및 24~04시 여성밤길치안안전’을 클릭하면 평소 다니는 길이나 내 주거지 인근 지역의 안전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짙은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지역일수록 성폭력범죄 발생빈도가 높다. 10월 기준으로 어플로는 38만명, 인터넷 웹으로는 3만50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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